유통기한 지난 육류, 먹어도 되는 기준 5가지 및 섭취 시 주의 사항

냉장고 안을 정리하다 보면 한두 번 쯤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이거 먹어도 될까?”, “버려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무조건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육류를 먹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5가지 기준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 이해하기

먼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유통기한은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으로, 이 날짜가 지나면 매장에서 판매가 금지됩니다. 반면, 소비기한은 실제로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합니다.

2023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즉시 부패하거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아니며, 보관 상태에 따라 실제 섭취 가능 기간은 더 길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보관 온도와 시간 – 냉장/냉동 여부 확인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정확한 온도에서 냉장 또는 냉동 보관되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육류는 0~4℃ 이하에서 냉장 보관 시 1~3일, 냉동(-18℃ 이하) 보관 시 3개월 이상 보관이 가능합니다.

  • 냉장 보관: 유통기한이 하루~이틀 지난 경우라도, 색과 냄새에 이상이 없으면 조리하여 섭취 가능
  • 냉동 보관: 유통기한이 한 달 이상 지나도 냉동 상태 유지되었다면 대부분 섭취 가능

단, 해동 후 다시 냉동한 경우 세균 번식 위험이 크므로 재냉동 제품은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고기의 색깔, 냄새, 점액질 확인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후로 가장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시각적·후각적 변화입니다. 상한 고기에서는 이상한 냄새(쉰 냄새, 시큼한 냄새, 비린내)가 납니다.

또한 끈적한 점액질이 손에 묻거나 표면에 반짝이는 물기가 있다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세균이 증식한 것일 수 있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포장 상태 및 진공 포장 여부

진공 포장된 육류는 일반 포장에 비해 산소 접촉이 차단되어 부패 속도가 느립니다. 이 경우 유통기한이 약간 지난 상태라도 변질 없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포장이 부풀어 있거나 손상되어 있으면 내부에 세균이 증식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폐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열 조리 여부 – 75도 이상 가열 시 안전 가능성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육류에 존재할 수 있는 식중독균(예: 대장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등)은 75℃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 시 대부분 사멸합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하루나 이틀 지난 고기를 충분히 가열해서 익히면 섭취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위의 색, 냄새, 점액질 이상이 있다면 가열하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문가 의견

이은정 교수(서울시립대 식품영양학과)는 “육류는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적정 온도에서 보관되었고, 외관상 이상이 없다면 익혀서 먹는 것이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유통기한은 ‘판매 가능 기한’일 뿐 ‘섭취 불가능’ 시점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소비자의 감각적 확인과 조리 전 안전 점검이 필수라고 덧붙입니다.

섭취 시 주의 사항

1. 과도한 섭취는 비만과 질병의 원인

고기는 고단백 식품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열량 과잉, 포화지방 과다 섭취로 이어져 체중 증가,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의 과다 섭취는 대장암, 제2형 당뇨병, 심장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1인분(100g 내외), 주 2~3회 정도 섭취가 적정량으로 권장됩니다.

2.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 높은 부위 주의

삼겹살, 갈비, 차돌박이, 족발 등 일부 고기 부위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체중 관리 중이거나 고지혈증, 고혈압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안심, 우둔살, 설도, 가슴살(닭) 등의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수현 교수는 “지방 함량이 높은 육류 부위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3. 직화 조리 시 발암 물질 생성 주의

고기를 숯불이나 팬에 센 불로 굽는 직화 조리 방식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폴리사이클릭 방향족 탄화수소(PAH) 등의 발암물질 생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온에서 탄 고기는 섭취 시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중약불로 조리하거나 에어프라이어, 찜, 삶기 방식 활용
  • 불판이나 팬에 탄 부분이 생기면 잘라내고 섭취
  • 마늘, 채소 등 항산화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발암물질 효과 감소

4. 보관 및 해동 방식에 따라 세균 번식 위험

육류는 상온에 오래 두면 대장균,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등이 증식할 수 있어 반드시 냉장(0~4℃) 또는 냉동(-18℃ 이하) 보관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동 시 실온 해동은 금물이며, 냉장 해동 또는 흐르는 찬물 해동을 통해 미생물 증식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해동 후 다시 냉동하는 것도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5. 완전 익힘이 안전의 기본

고기를 덜 익히면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트리키넬라 등 식중독균이 사멸되지 않아 감염 위험이 커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기의 중심부가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익도록 조리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특히 닭고기와 다진 고기는 세균 오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하며, 육회나 덜 익힌 고기를 먹을 경우 신선도와 위생 상태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6.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위생관리

생고기를 손질한 도마, 칼, 집게 등을 익힌 고기와 함께 사용하면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식중독균을 조리된 식품에 옮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 생고기와 익힌 고기를 별도의 도마, 칼, 그릇에 사용
  • 조리 전·후 손 씻기와 주방기구 열탕 소독 습관화
  • 음식은 가능한 한 번에 조리하고 즉시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

7. 식단 내 균형을 맞춰서 섭취

고기를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채소, 통곡물, 발효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런 식단 구성은 고기의 소화와 흡수를 도와주고,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해줍니다.

예를 들어, 쌈채소, 된장찌개, 나물반찬, 현미밥과 함께 고기를 섭취하면 식이섬유, 항산화물질, 칼슘과 같은 필수 영양소를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결론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고기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관 상태, 외관, 냄새, 조리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면 정상적인 육류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섭취보다는 폐기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입니다. 건강은 예방이 우선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냉장고 정리와 유통기한 확인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문헌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보존 및 섭취 가이드」, 2024
  • 서울시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은정 교수 인터뷰, 2024
  • 농촌진흥청, 「냉장·냉동 축산물 안전 보관 매뉴얼」, 2023
  • 국립농업과학원, 「축산물 유통기한 및 소비기한 연구보고서」, 2022
  • 세계보건기구(WHO), “Food safety and expiry date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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